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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는 ‘귀차니즘’을 노린다
 
곽복률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기사입력  2019/11/12 [17:38] ⓒ IBN일등방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 곽복률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문민의 나라이다. 고려 왕건이나 조선 이성계는 무력으로 왕조를 세웠지만 곧 문민체제로 바뀌었고, 헌정을 유린(蹂躪)한 박정희, 전두환도 피의 항쟁을 통해 문민으로 교체됐다.

최 씨 무신정권 60여 년이 고작이다. 백성과의 소통창구로 조선왕조 때는 상소제도와 신문고를 설치했고, 국왕에게 직접 탄원하는 격쟁(擊錚)이란 제도도 있었다. 청와대 민원실의 국민신문고도 여기서 빌려왔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문민성과 소통 의지는 강렬했다.

언론 자유화 이후 창간한 지역의 새 신문이 모조리 시장 연착륙에 실패 한 이유는 창간자본을 사람을 위해 쓴 것이 아니라, 자본의 도구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돈으로 만들어진 신문은 돈이 떨어지면 망하지만, 사람이 신문을 만들면 결과는 다를 수 있다.

광주 전남지역의 언론환경은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역량에 견줘 너무 범람한다고 할 수 있다. 매체의 범람과 언론자유의 남용, 과열경쟁 등을 심각히 우려해야 할 형편이나, 실제에 있어선 이상하리만치 잠잠하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왜 그럴까? 겉으론 과열경쟁이지만 속에선 아무런 경쟁이 없는 언론시장의 기형적 구조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전남지역 언론에는 대단히 미안하고 실례된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신문 구실을 하는 제대로 된 언론은 많아야 2~3개에 불과하다.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신문은 당장 내일 문을 닫는다 해도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무하다. 따라서 상당수의 지방신문은 무늬만 신문 일 뿐이지 실제론 언론이 아니다.

독자의 존엄 자체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한국 언론의 오만과 편견은 선거 때가 되면 똘똘 뭉쳐 진영논리의 극치를 보여준다. 검찰개혁과 조국사태를 맞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겉으론 엄정중립을 표방하면서 실제론 철저히 특정 정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공작 보도를 전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리고 지방언론은 기꺼이 이를 벤치마킹한다. 유권자들은 언론이 일방적 잣대로 설정한 프레임을 자신도 모르게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변화된 언론환경에서 이제 독자는 더 이상 언론의 객체가 아니다. 21세기 저널리즘에서 독자는 뉴스의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이다. 미디어 시장이 독자에 대한 이와 같은 패러다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언론의 미래와 윤리를 얘기할 단초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현대사회의 수용자는 어떻게 해야 중심을 잃지 않고 정보를 생산,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을까.

과거의 정보사회에서 국가단위, 또는 광역단위의 올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던 것이 지금은 세계가 SNS를 통해 초연결되다 보니 개인 간 정보 과잉의 역설로 부정적 요인이 더 많아졌다. 다시 말해서 정보 과잉의 역설이 가짜뉴스(Fake News)를 양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오정보와 허위정보 모두를 가짜뉴스라고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자신의 신념과 다르면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가짜뉴스와 오보의 차이는 그 정보가 기만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가짜와 뉴스는 양립할 수 없다. 그 뉴스의 오류에 의도성과 기만성이 있다면 허위정보라고 하지 가짜뉴스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짜뉴스는 형식과 내용을 의도적으로 속일 때 가짜뉴스가 되는데, 형식에 있어서 뉴스의 구성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고 인류 역사상 보편적으로 있어 왔다. 가짜뉴스란 영어 페이크 뉴스(Fake News)의 번역어다. 폭넓게 사용되는 이 번역어를 언론에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하다. ‘페이크’의 의미는 단순한 가짜가 아니라 ‘사기’, ‘기만’, ‘속임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5W 1H 즉, 6하 원칙을 지키면서 작성된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하면 개념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기존 언론의 오보에 가짜뉴스의 혐의를 씌우는 것은 억울할 수가 있다. 평상시의 오정보냐, 허위정보냐를 가지고 가짜뉴스로 통칭하는데, 여기에서 루머나 소문 등은 우리가 폭넓게 뉴스의 범주로 보아줄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기의 두뇌를 게으른 쪽으로 쓰고,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늘 새로운 정보를 추구한다. 이처럼 지적으로 게으른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한다. 그중에서 특히 네거티브편향 즉, 부정적 편향 드러낸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적으로 설명된다. 또 하나 인간은 자기한테 유리한 것만 보려고 하고, 자기 신념을 뒷받침해주는 것만 찾게 되는데, 이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이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의견을 중시하는 현상으로 인지적으로 불편한 것을 거부하고, 핑계를 대는 인지 부조화 현상으로 설명된다.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살아가는 우리가 사색과 검색 사이에서 검색에 편향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때가 됐다. 사이비 언론과 페이크 뉴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개별 언론소비자들이 화자가 누구인지, 메신저가 누구인지, 출처가 어디인지 등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가짜뉴스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내가 읽는 매체의 신뢰도는 물론 그 매체가 인용하는 출처와 그 신뢰도 역시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나의 생각이나 주장에 반대되는 기사보다는 내 확신을 강화하는 기사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정의감에 기반한 분노를 일으키는 내용일수록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냥하는데 승냥이가 쫓아왔다. 귀찮아서 먹이를 하나 던져주니 가버려 편하게 사냥을 했다. 그러자 매번 더 많은 승냥이가 달려들어서 결국은 사냥꾼이 승냥이 무리에 먹혀 죽었다’는 우화가 있다. 가짜뉴스는 ‘귀차니즘’을 노린다. 민주주의는 언론이 필요하고, 언론을 언론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언론소비자의 차가운 비판이 필요하다. 언론의 선도(鮮度)는 사회건강의 바로미터(barometer)이기 때문이다./글쓴이=곽복률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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